전주는 전라북도의 중심지이자 한국 전통문화의 본고장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옥마을, 비빔밥, 풍류문화로 유명하지만, 정작 ‘전주’라는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 무슨 뜻을 담고 있는지는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합니다. 이 글에서는 현재 기준으로 살펴보는 전주 지명의 어원, 역사적 기록 속 명칭 변화, 그리고 그 이름이 가지는 상징성을 통해 전주의 정체성을 깊이 있게 이해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현재 기준으로 전주에서 꼭 맛봐야 할 전통음식 리스트를 정리해 드리고, 지금 떠나기 딱 좋은 전주의 명소들을 단풍, 감성, 사진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전주 이름의 비밀 (유래, 기록, 상징)
‘전주(全州)’라는 지명은 그 한자어부터가 특별합니다. ‘온전할 전(全)’과 ‘고을 주(州)’를 써서 ‘완전한 고을’, ‘온전한 행정 중심지’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전주라는 명칭이 정식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 후기로, 백제 시대의 주요 도시였던 ‘완산(完山)’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완산은 백제의 마지막 수도로 알려져 있으며, 전주 일대는 전략적·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습니다. 고려시대에 들어서면서 행정체계가 바뀌었고, ‘전주’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등장합니다. 당시 고려 태조 왕건은 후백제의 견훤을 무찌른 뒤, 이 지역을 재편하며 ‘전주’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전주 이씨 왕조의 발상지로서 상징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태조 이성계의 본관이 ‘전주 이씨’인 점은 전주의 지명적 위상을 더욱 공고히 했으며, 그 영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온전한 고을’이라는 지명의 의미는 당시 국가 권력의 중심이 이곳과 깊은 관련이 있었음을 암시합니다. 즉, ‘전주’는 단순히 지리적 명칭이 아니라, 역사적 정통성과 권위, 그리고 백제-고려-조선을 관통하는 중심 도시로서의 역할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름인 것입니다. 전주의 지명은 시대별로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졌으며, 그 변화 속에 지역의 역사와 정치적 상황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명칭 중 하나는 ‘완산주(完山州)’입니다. 이는 백제 시대의 지명으로, 완산이란 이름은 ‘완전한 산’, 즉 풍요롭고 평화로운 지역을 의미했습니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전주 지역이 백제 말기의 중요한 거점이자 군사적 요충지로 기록되어 있으며, 후삼국 시대에는 후백제의 수도로 기능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견훤은 이 지역을 기반으로 후백제를 세웠고, 왕건과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기도 합니다. 고려시대에 이르러 전주는 ‘강남도 도호부’의 중심지로 편제되며, 정치적·행정적 중심지로 부상합니다. 이 시기 문서에는 ‘전주목(全州牧)’이라는 명칭이 등장하고, 이 명칭은 이후 조선 초기까지 이어집니다. 조선시대에는 ‘전라도’라는 행정구역이 형성되면서, ‘전라’의 ‘전’이 전주를 의미하게 됩니다. 즉, 전라도라는 명칭은 ‘전주’와 ‘나주’를 합쳐 만든 이름이며, 전주가 그만큼 지역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줍니다. 근대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행정구역이 군·읍 체제로 개편되면서 ‘전주부’, ‘전주군’이라는 명칭이 사용되었고, 광복 후에는 전주시로 승격되며 오늘날의 ‘전주’가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전주’라는 이름은 단순한 행정 단위 이상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선, 전주는 한국 전통문화의 수도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한옥마을, 경기전, 풍남문 등 전통 건축물과 문화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데에서 기인하며, ‘전통의 온전함’을 간직한 도시로서의 정체성과 연결됩니다. 둘째, 전주는 전주 이씨의 본관으로써의 유서 깊은 상징이 있습니다. 조선 왕조를 세운 이성계의 혈통이 시작된 지역이라는 점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넘어, 지역의 문화적 자부심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전주 시민들 사이에서 전주 이씨 본관이라는 점은 지금도 중요한 정체성 요소 중 하나입니다. 셋째, 전주는 예향(藝鄕)으로 불릴 만큼 예술과 음악, 문학이 발달한 도시입니다. 이는 ‘완전한 고을’이라는 지명의 본뜻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온전함’이란 단순한 물리적 의미를 넘어서, 정신적·문화적 완성도를 포함하는 가치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온전함은 전통문화와 예술이 일상에 녹아든 전주라는 도시의 기질을 잘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전주의 이름은 지속 가능성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많은 도시들이 정체성을 잃는 반면, 전주는 이름과 그 의미를 지켜내며 오늘날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 도시로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전주의 지명은 단순히 과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는 전통의 현재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음식 리스트 (비빔밥, 국밥, 반찬)
전주 비빔밥은 명실상부한 한국의 대표 음식이자 전주를 상징하는 향토음식입니다. 조선시대에 궁중에서 하사한 음식을 한데 모아 먹던 풍습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으며, 전주 지방에서는 이를 제사음식 또는 잔치음식으로 정성껏 차려 손님을 대접하는 문화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전통 전주 비빔밥의 특징은 ‘육회’와 ‘황포묵’이 들어가고, 재료의 수가 30여 가지에 달할 만큼 매우 정성이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밥은 돌솥이나 공기밥으로 내기도 하지만, 꼭 콩나물국물과 함께 제공되어야 전주 스타일로 인정받습니다. 또한 고추장도 시판용이 아닌 직접 담근 전통 고추장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참기름과 깨소금의 배합도 섬세합니다. 지역 농산물, 직접 담근 장류, 전통 방식으로 무친 나물 등 전주의 비빔밥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 유산으로 여겨질 만큼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2004년 기준으로도 ‘한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음식’ 중 하나로 꼽히며, 전주 한옥마을 인근이나 남부시장, 경기전 주변 등지에서 정통 비빔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전주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전통 음식은 바로 콩나물국밥입니다. 언뜻 보면 전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 같지만, 전주의 콩나물국밥은 그 역사성과 조리 방식, 곁들임 구성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전주 콩나물국밥은 유독 맑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데, 이는 황태와 멸치, 다시마를 기본으로 한 육수에 비법 양념장을 푸는 방식으로 맛을 내기 때문입니다. 콩나물은 전주의 특산품으로 아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살아 있고, 국밥에는 수란(익힌 달걀)이 따로 함께 나오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수란은 국밥을 먹기 전 따로 간장에 찍어 먹거나, 국밥에 넣어 섞어 먹는 등 개인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으며, 이는 전주 국밥만의 독특한 풍경입니다. 또한 일부 식당에서는 김, 부추무침, 무생채, 새우젓 등 기본 반찬 외에도 ‘국물에 풀어 먹는 김가루’까지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풍성한 한 끼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전주에서 콩나물국밥은 단순한 해장 음식이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소울푸드로서 아침식사 문화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으며,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전주 도착 즉시 찾는 음식 1순위로 꼽히고 있습니다. 전주 음식의 진면목은 ‘반찬’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전주 한정식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바로 상다리 휘어질 정도로 다양한 반찬 구성 때문입니다. 전주의 반찬 문화는 조선 후기 양반가의 식문화에서 비롯되었으며, 신선한 재료와 정성 어린 손맛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주요 반찬으로는 묵은지, 고들빼기, 청포묵 무침, 더덕구이, 전통 전(煎), 잡채, 육포, 장아찌, 된장무침, 겉절이 등 15~30가지에 달하는 반찬이 한상에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모든 반찬이 ‘직접 담근 양념’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시판 양념이 아닌 집집마다 내려오는 비법장을 사용함으로써 같은 메뉴도 가게마다 맛이 다르며, 오랜 세월을 통해 축적된 ‘손맛’이 음식에 스며든다는 뜻입니다. 또한 전주 한정식의 경우 메인 반찬 없이도 식사가 가능한 수준의 구성으로 차려지며, 밥과 국 외에도 미역국, 들깨탕, 된장국 등의 탕류가 계절과 상황에 따라 함께 제공됩니다. 현재에도 전주의 반찬 중심 한정식은 한옥마을, 전동성당 인근, 전주향교 주변 등지의 전통 식당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음식 문화’로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가을 명소 추천 (단풍, 감성, 사진)
전주는 도심 속에서도 아름다운 단풍을 즐길 수 있는 도시로 손꼽힙니다. 대표적으로 덕진공원은 가을철 전주 시민과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단풍 명소입니다. 공원 중앙을 가로지르는 연못과 전통 누각 '연화정'이 단풍과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뷰를 연출합니다. 특히 아침 안개가 깔린 날의 덕진공원은 마치 수묵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해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또 다른 추천지는 전주한옥마을 뒤편의 오목대 일대입니다. 이곳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후일을 기념해 머물렀다는 역사적 장소로,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에는 고즈넉한 한옥 지붕 위로 붉은 잎이 내려앉아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합니다. 오목대에서 남천교를 지나 한옥마을로 내려오는 산책길은 가을의 정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코스로, 붉은 단풍 터널을 걷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주향교 일대 역시 단풍 시즌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곳입니다. 조선시대 교육기관이었던 향교의 고건축과 수백 년 된 은행나무가 만들어내는 노란 단풍길은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장소입니다.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이곳은 가을철 데이트 코스나 가족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전주의 진짜 매력은 ‘걷는 즐거움’에 있습니다. 특히 가을이 되면 한옥마을 일대는 감성의 정점에 이릅니다. 고즈넉한 기와지붕 아래를 따라 늘어선 골목, 따뜻한 색감의 전통 간판들, 곳곳에 자리한 작은 찻집과 소품 가게들은 마치 영화 속 배경처럼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전주한옥마을 은행로는 가을 감성 여행에 제격인 거리입니다. 양옆으로 늘어선 은행나무와 낙엽이 흩날리는 보도 위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스쳐 지나가는 바람마저도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오후 4시~5시경의 노을이 비칠 때, 이 길을 걷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성을 선사합니다. 한옥마을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자만벽화마을도 감성 충만한 공간입니다.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어 사진 찍기 좋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사색과 산책을 즐기기 좋습니다. 이곳은 소소한 감정들이 오가는 연인들, 친구들과의 수다, 혼자만의 감성 충전을 위한 공간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경기전 앞 풍남문 광장은 가을에 더욱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야경이 아름답고, 낮에는 전통놀이 체험이나 거리 공연이 종종 열려 문화적인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이처럼 전주는 단풍만이 아닌 도시 전체가 가을이라는 계절을 감성적으로 품어내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요즘 여행의 핵심 중 하나는 바로 ‘인생샷’입니다. 전주는 사계절 중 특히 가을에 가장 사진이 잘 나오는 도시로 평가받는데, 그 이유는 자연광, 색감, 전통 배경이 완벽하게 어우러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추천하는 포토존은 전동성당 앞마당입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고풍스러운 건물과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어우러지는 장면은 어떤 각도에서 찍어도 그림처럼 나옵니다. 특히 해질 무렵 황금빛 햇살이 성당을 비추는 순간을 담으면, 그야말로 엽서 한 장 같은 사진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한복 대여 후 전주한옥마을을 걷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사진 코스입니다. 전통 의상과 가을 풍경의 조화는 인생샷을 만들어주는 최고의 조합입니다. 돌담길, 한옥 기와, 문살 창문 앞 등 어디를 찍어도 배경이 살아 있어 별다른 편집 없이도 멋진 사진이 완성됩니다. 또한 전주천 산책로는 물길 따라 걷는 포토 스팟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변의 억새, 갈대, 단풍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자전거를 타며 셀카를 찍거나, 벤치에 앉아 풍경을 배경으로 촬영해도 감성적인 결과물이 나옵니다. 이 외에도 풍남문, 경기전 돌담길, 한옥마을 초입의 전망대 카페 등은 모두 사진 애호가들이 추천하는 가을 포토존입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떠나도 멋진 사진이 쏟아지는 도시, 바로 지금의 전주입니다. 2025년 가을, 전주는 단풍으로 물들고 감성으로 가득 찬 여행지로서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덕진공원의 단풍, 한옥마을의 감성 거리, 전동성당과 전주천의 인생샷 포토존까지—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는 계절 여행을 만들어줍니다. 바쁜 일상 속 잠시 쉬어가고 싶다면, 올가을엔 전주로 향해보세요. 낙엽이 당신의 발걸음을 반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