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는 이제 단순한 여행지가 아닙니다. 힐링, 생태, 자연 그대로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울릉도는 '섬의 원형'을 간직한 특별한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섬의 이름, ‘울릉도’는 어디서 온 걸까요? 오래전 사람들은 이 섬을 어떻게 불렀고, 그 이름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었을까요? 지명 속에 담긴 민속과 정서를 따라가 봅니다. 그리고 오직 이 땅, 이 기후, 이 바다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로만 완성되는 울릉도 대표 음식 3가지를 소개하고 울릉도 여행에서 꼭 놓치면 아쉬울 ‘요즘 핫한 비밀 스폿’ 3곳도 소개합니다.
울릉도 이름의 기원
지금은 ‘鬱陵島(울릉도)’라는 한자로 적히지만, 이 이름은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된 건 아닙니다. 민속학적으로 보면 울릉도의 지명은 한자보다 소리의 정서가 먼저 존재했습니다. 바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파도 소리, 바람에 숲이 흔들리는 소리, 이 모든 것을 사람들은 ‘울렁울렁’, 또는 ‘울릉울릉’이라 표현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즉, ‘울릉’이라는 말은 단지 문자로 정의된 게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낸 리듬감 있는 소리에서 온 언어라는 것이죠. 이런 현장감 있는 어원 해석은 제주도 방언, 지리산 산간 마을 지명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울릉’은 그래서 더더욱 이 섬에 잘 어울립니다. 산세 깊고 바다 멀며, 그 안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울림’이 바로 그 이름이 되었을지도 모르죠. 우리는 조선 후기의 문서에서 울릉도를 ‘무릉도’, ‘우산도’, ‘삼봉도’라고도 불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조선의 지리지에서는 이 섬을 ‘무릉(武陵)’ 또는 ‘우산(于山)’이라 기록했죠. 여기서 흥미로운 건, 당시의 ‘지명 붙이기’ 방식입니다. 단지 위치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섬의 성격과 상징을 담아낸 이름이었다는 점입니다. ‘무릉’은 무릉도원, 즉 속세를 벗어난 이상향을 의미하며 ‘우산’은 빗속에 가려진 신비로운 섬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그만큼 울릉도는 사람들에게 쉽게 닿을 수 없고, 쉽게 잊히지 않는 공간이었던 거죠. 이런 방식은 당시의 민속 문화와도 연결됩니다. 사람들은 바다 건너 섬에 대해 막연한 동경과 두려움을 함께 가졌고, 그 감정들이 결국 섬의 이름에도 담기게 됩니다. 울릉도라는 이름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감정은 단순한 정보가 아닙니다. 그건 민속적 정서에 가까운 것입니다. 섬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떠올렸을 울림, 바람, 숲, 고요, 격랑 같은 이미지들. 그 이미지들이 오랜 세월을 거쳐 '울릉도'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셈이죠. 이름이란, 결국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 장소를 바라봤는가를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울릉도의 경우, 그 마음은 외따로이 떠 있는 섬에 대한 경외와 호기심,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고유의 민속 문화까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울릉도를 찾는 이유도, 어쩌면 그 이름에 담긴 무언가 오래된 정서를 되찾고 싶기 때문 아닐까요?
대표 향토음식 3가지
울릉도 본섬에는 다른 곳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고유한 향토음식들이 있습니다. 울릉도의 향토음식 중에서도 ‘명이 나물’은 단연 으뜸입니다. 일반 산채와는 다른 향긋함과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명이는 울릉도 산지에서 자생하는 귀한 식물로, 특히 나리분지 일대에서 자라는 명이는 그 향과 식감이 뛰어나 ‘울릉도 명물’로 꼽히죠. 명이 나물밥은 갓 수확한 명이를 살짝 데쳐 참기름과 간장에 무쳐낸 뒤, 따끈한 쌀밥 위에 푸짐하게 얹어 먹는 심플한 요리입니다. 그런데 이 단순함이 바로 울릉도식 향토음식의 매력입니다. 쌉쌀한 듯 달콤한 향, 밥에 스며든 고소함, 그리고 입안 가득 퍼지는 봄 내음까지— 한 숟갈에 울릉도의 숲이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죠. 명이는 5월~6월이 제철이며, 이 시기 울릉도 본섬의 식당에서는 직접 채취한 명이로 만든 반찬, 김치, 장아찌도 함께 곁들여져 명이밥 한 그릇이 푸짐한 한 상이 됩니다. 울릉도 본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별미는 오징어내장탕입니다. 오징어는 전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지만, 울릉도는 산란기 오징어를 통째로 손질해 그 내장을 탕으로 끓여 먹는 독특한 식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요리는 신선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날 잡은 오징어가 아니면 만들기 어렵습니다. 뜨끈한 국물에 들어간 오징어 알과 내장은 고소하면서도 씁쓸한 뒷맛이 일품이고, 국물은 얼큰한 듯 맑은 맛이라 속을 개운하게 풀어줍니다. 울릉도 어촌에서는 이 음식을 술안주로도, 아침 해장으로도 즐겨 먹습니다. 실제로 도동항 근처 식당들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오징어내장탕을 끓이는 냄새가 퍼지고, 그 맛을 기억한 관광객들은 매년 이 음식을 다시 먹기 위해 섬을 찾곤 하죠. 세 번째로 소개할 음식은 울릉도 홍합밥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우리가 평소 먹는 양식 홍합이 아니라 울릉도 근해의 깊은 바다에서 채취하는 토종 큰 홍합(따개비류 포함)이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맑고 깊은 바다에서 자란 이 홍합은 육지에서 볼 수 없는 깊고 진한 풍미를 자랑합니다. 쌀에 생홍합을 듬뿍 넣고 간장, 들기름, 약간의 다시마 육수를 넣어 지으면 짭짤하면서도 구수한 울릉도식 홍합밥이 완성됩니다. 이 음식은 특히 겨울~이른 봄에 많이 먹는데, 바닷바람을 맞고 따뜻한 홍합밥을 한입 떠먹는 순간 온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간단한 조리법이지만, 오직 울릉도 바다의 재료가 있어야만 완성되는 진정한 향토요리라 할 수 있죠.
요즘 핫한 비밀 스팟 TOP 3
울릉도는 더 이상 ‘외딴섬’이 아닙니다. 조용하고 깊은 자연을 품은 울릉도는 요즘 감성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죠. 특히 SNS에서 사진으로 먼저 뜨고, 입소문으로 퍼지는 숨은 장소들이 하나둘씩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도에는 작게 표시되어 있지만, 기억엔 크게 남을 그곳들. 울릉도 유일의 평지, 나리분지는 본래도 유명한 여행지입니다. 하지만 관광버스가 도는 주요 지점이 아니라, 그 안쪽에 조용히 뻗어 있는 산책로 ‘고요길’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죠. 이 길은 명이나물 군락지부터 시작해 작은 약수터, 자생 식물원, 오래된 집터를 지나 분지를 감싸는 숲길로 이어지며 걷는 내내 사람보다 자연과 더 가까워집니다. SNS에서는 ‘진짜 울릉도의 속살을 걷는 길’이라는 말로 종종 소개되며, 걷는 내내 바람소리, 풀벌레, 먼 새소리밖에 들리지 않아 명상이나 혼자만의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강력 추천되는 힐링 스폿입니다. 특히 이 길에서 만나는 늦봄의 안개는, 마치 이끼 가득한 숲 속에서 숨 쉬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도동이나 저동의 활기찬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울릉도의 조용한 면모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울릉도 서쪽 끝, 태하항 너머 태하등대로 향하는 절벽길은 SNS에서 일몰 명소로 슬금슬금 떠오르는 중입니다. 일반 관광코스에는 잘 포함되지 않지만,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마치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작은 전망대와 함께 깎아지른 절벽 아래 푸른 바다, 그리고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지는 해를 마주할 수 있죠. 이 길의 진짜 매력은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 조용히 산책하며 일몰을 기다리고, 앉아서 섬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입니다. SNS에서는 ‘노을 맛집’, ‘혼자 울고 오기 좋은 장소’라는 감성 해시태그가 따라다니며 주로 감성 사진, 브이로그, 몰디브 안 부럽다며 비교되는 장면들이 올라옵니다. 울릉도 하면 해안길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 속에도 조용한 내륙의 보석이 있습니다. 바로 내수전계곡. 이곳은 도동항에서 버스로 약 20분 거리지만, 관광객들 사이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장소입니다. 계곡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곳곳에 작은 나무다리와 바위, 샘물, 초록 이끼가 자라고 있고, 계절에 따라 수량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사계절 내내 각기 다른 감동을 줍니다. 내수전전망대로 향하는 길 중간쯤에 위치한 이 계곡은 트레킹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편하게 산책할 수 있는 난이도이고, 쉼표가 필요한 순간 이곳에 앉아 흐르는 물소리만 들으면 한참 동안 말을 잊게 됩니다. 여행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울릉도 속 숲 속 온천 같은 공간’으로 불리며, 여유롭게 자연과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 추천됩니다. 울릉도에는 우리가 지도로만 찾던 여행지가 아니라, ‘조용히 머물다 가고 싶은 마음’을 품은 장소들이 있습니다. 나리분지 고요길, 태하등대 절벽길, 내수전계곡— 이 세 곳은 SNS에서 천천히 입소문을 타고 있지만, 여전히 조용하게 숨겨져 있죠. 울릉도를 단지 섬이 아니라 ‘느낌’으로 기억하고 싶다면, 이 비밀 스팟들을 직접 걸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