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서북부에 위치한 서산은 산과 들, 바다를 모두 품은 고장입니다. 한때는 교통의 요지이자 군사적 거점이었고, 지금은 산업도시이자 문화도시로 변화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서산’이라는 이름이 남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서산’이라는 지명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역사적 흐름 속에서 자리 잡았는지, 그리고 과거의 다른 이름들은 무엇이었는지를 하나씩 짚어보며 서산의 뿌리를 따라가 봅니다. 그리고 요즘 여행자들과 미식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돌고 있는 서산 전통맛집들과, 감성,역사라는 두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산에서 꼭 가봐야 할 관광 명소들을 소개합니다.
서산 지명의 유래를 따라 걷다
‘서산’이라는 이름은 글자 그대로 ‘서쪽에 있는 산’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가장 유력한 해석입니다. 실제로 서산 시 중심부에서는 서쪽으로 태안과 격렬비열도 등 해안 산지가 위치해 있으며, 서해를 마주한 해안평야와 함께 저멀리 보이는 구릉지대가 이 지명의 배경이 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고대부터 지역을 부를 때 ‘산’을 중심에 두는 명명 방식은 흔했습니다. 조선시대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도 “서쪽 산 아래 고을이 있어 서산이라 불린다”는 기록이 전하며, 이는 지형을 중심으로 한 명명관습의 전형적인 예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의 서산시는 넓은 들판과 함께 여러 산지가 병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자연환경이 ‘서산’이라는 지명에 담긴 가장 기본적인 공간 인식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서산이라는 이름이 오늘날처럼 굳어진 것은 조선 중기 이후입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삼국시대부터 여러 행정적 변화와 함께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습니다. 고려 시대에는 이 지역이 ‘해미현(海美縣)’으로 불리며 중심 행정 단위 역할을 했습니다. 해미는 ‘바다의 아름다움’이라는 뜻으로 해안과 가까운 지역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실제로 지금도 서산시 해미면은 이 당시의 지명에서 유래된 이름이며, ‘해미읍성’이 남아 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증명합니다. 또 다른 예로 ‘덕산(德山)’이라는 이름도 서산의 일부 지역을 대표했던 명칭입니다. 이 지역은 조선 시대까지 독립적인 행정단위로 존재했고, 후에 서산군과 통합되며 오늘날의 서산 행정구역으로 흡수되었습니다. 덕산은 지금도 온천 관광지로 유명하며, 이름 자체는 ‘덕이 있는 산’, 즉 유교적 가치가 반영된 지명입니다. 이처럼 서산은 하나의 지명이 아니라, 여러 고을과 이름이 시간에 따라 합쳐지고 변화해 만들어진 복합적 정체성을 지닌 도시입니다. 현대의 서산은 단지 지리적 명칭을 넘어서 하나의 브랜드,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지역 농특산물인 서산 6쪽마늘, 서산 감태, 서산 한우 등은 지역 이름을 앞에 붙여 그 품질과 지역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서산’이라는 단어는 곧 '믿을 수 있는 지역'이라는 이미지로도 활용됩니다. 뿐만 아니라, ‘서산 해미읍성축제’나 ‘서산 국제사진축제’처럼 도시의 역사·문화 콘텐츠도 지명 중심으로 기획되며, 지명은 이제 지역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자산이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행정구역을 나타내는 이름이 아니라, 도시의 성격과 가치를 담아내는 상징으로서의 지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서산’이라는 두 글자에 담긴 자연, 역사, 사람의 이야기. 우리가 서산을 단지 한 도시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시간의 흐름이 쌓여 만들어진 이름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요즘 주목받는 전통맛집
서산의 대표 음식 중 하나는 단연 ‘어리굴젓’입니다. 서산 앞바다에서 나는 굴과 청양고추, 마늘, 고춧가루를 버무려 짜지 않게 삭힌 이 반찬은,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게 만드는 밥도둑으로 유명하죠. 서산 해미면의 한 노포는 3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오며, 전통 방식 그대로 어리굴젓을 담가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집의 비법은 고춧가루를 직접 빻고, 굴은 11월~1월 사이 가장 살이 찬 제철에만 받아 숙성시키는 데 있습니다. 최근엔 이 집 어리굴젓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서울·경기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늘었고, 지역 주민들은 "이건 서산의 진짜 맛"이라며 자부심을 보입니다. 투박한 항아리에 담긴 어리굴젓 한 숟갈에, 서산의 바다와 시간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서산의 또 다른 자랑은 바로 ‘서산 육쪽마늘’입니다. 알이 굵고 향이 진하며, 항산화 성분이 높아 건강식재료로 인기가 높죠. 이 마늘을 주재료로 한 음식 중 최근 특히 주목받는 것이 ‘육쪽마늘 한우갈비탕’입니다. 서산 동문동에 있는 한 맛집은 지역 한우와 서산 마늘을 통째로 넣어 12시간 이상 푹 끓인 갈비탕을 선보이는데요. 국물은 진하면서도 느끼하지 않고, 마늘이 뭉근하게 풀어져 고기의 감칠맛과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처음엔 지역 어르신들의 단골집이었지만, 블로그 후기로 입소문이 나며 지금은 젊은 여행자들도 많이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 집만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거짓 없는 재료’와 ‘오래된 방식’을 고집하는 데 있습니다. 단순한 갈비탕이지만, 한 지역의 정성과 철학이 담긴 밥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산의 겨울 바다에서만 채취되는 귀한 해조류, 감태. 이 감태는 향이 은은하고 식감이 부드러워 ‘먹는 향수’라 불릴 만큼 특별한 식재료입니다. 최근에는 감태를 활용한 쌈밥 전문점이 등장하면서, 바다 향 가득한 밥상이 새로운 서산 맛집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 감태쌈밥 전문점은 서산 인근 해역에서 직접 채취한 감태를 당일 손질해, 고슬고슬한 보리밥과 나물, 고추장, 마늘 등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집은 감태를 얇게 말아 구운 감태말이와 감태전도 함께 내어, 감태의 다양한 풍미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죠. 깔끔한 맛과 건강한 느낌 덕분에 웰빙 음식에 관심 많은 30~50대 고객층이 특히 많고, MZ세대에게는 감태 쌈밥의 독특한 비주얼이 ‘SNS 인증샷’ 필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역 특산물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메뉴는 서산 전통음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핫플 총정리, 감성, 역사
서산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중 하나가 바로 간월암입니다. 간조 때는 도보로, 만조 때는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접근 가능한 이 작은 암자는, 그 자체가 자연과 건축의 조화를 보여줍니다. 통일신라 시대의 고승 의상대사가 수도를 했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정적인 풍경 속에 명상의 기운이 깃든 장소로 평가받습니다. 일출과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며, 날씨 좋은 날엔 사진작가들과 여행자들로 붐비는 포토 스팟이 되기도 하죠. 간월암을 둘러보고 나면 인근의 간월도 횟집 거리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어, 자연과 미식이 함께하는 서산의 진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해미읍성은 서산에서 가장 대표적인 역사 관광지로, 조선시대 군사 요새이자 행정 중심지였습니다. 성벽이 완벽하게 복원되어 있으며, 내부에는 관아, 병영 체험장, 작은 박물관 등이 조성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좋습니다. 특히 천주교 박해의 현장이자 순교자들의 기록이 남아 있는 장소로서, 종교·인권사적인 의미도 큽니다. 성 안에는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사용된 한옥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매년 가을에는 해미읍성 역사체험축제가 열려 풍물놀이, 국궁, 의복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야간 경관조명이 추가되며 ‘밤에 더 예쁜 서산 핫플’로 부상하고 있어, 낮과 밤을 모두 경험해볼 만한 명소입니다. 서산의 서쪽 끝에 자리한 삼길포항은 관광객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숨은 보석’ 같은 장소입니다. 자그마한 어촌 마을 분위기와 정박한 고깃배, 그 뒤로 펼쳐진 서해의 수평선이 어우러져 매우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특히 황금산은 삼길포항 인근에 있는 낮은 구릉 형태의 산으로, 등산보다는 산책길에 가깝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넘이 풍경이 일품입니다. 최근 SNS에서는 이곳이 “조용하게 일몰을 즐기기에 최고”라는 평가를 받으며 감성 여행자들의 방문이 늘고 있습니다. 황금산 정상에는 작은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고, 날씨가 맑은 날이면 서해의 섬들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경치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도심에서 벗어나 진짜 여유를 찾고 싶다면, 이곳은 꼭 들러야 할 서산의 힐링 명소입니다. 서산은 역사와 자연, 감성을 동시에 담고 있는 도시입니다. 간월암의 정적인 풍경, 해미읍성의 깊은 역사, 삼길포와 황금산의 평화로운 바다까지—그 매력은 결코 하나로 정의할 수 없습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 잠시 멈추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서산으로 떠나보세요. 감성과 기억에 남을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